벼랑영어, 내 인생 마지막 영어 학원
(1) 벼랑영어 수강 전
수능 시험을 마치고 다시는 영어공부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시험을 못 봤냐구요? 아니요, 시험 잘 봤습니다. 1등급 나왔어요. 근데 영어가 지긋지긋 했습니다. 저한테 영어는 암기과목이었거든요. 무슨 공식이 그리도 많고, 그 공식에 예외도 많은지, 또 한국어로도 평생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이 영어 지문에는 왜 이리도 많이 나오는지... 온통 외울 것뿐이더군요. 더 짜증나는건 그렇게 외웠는데도 영어 한마디도 못 하겠더라구요. 빈 칸도 잘 채우고, 주제도 잘 찾고, 순서도 잘 맞추는데!!! 정작 중요한 영어는 캄보디아에서 팔찌 팔던 꼬마가 저보다 잘하더군요ㅡㅡ
토익 시험을 마치고 다시는 영어공부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시험을 못 봤냐구요? 아니요, 시험 또 잘 봤습니다. 930점 나왔어요. 근데 영어 안되던데요? Test of English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 이라고 하길래 토익 점수 잘나오면 나도 그 놈의 커뮤니케이션 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제 친구 John과의 대화는 하우알유아임파인땡큐더군요.. 그렇다고 리스닝이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토익 처음 공부하면서 900점 넘기면 미드 자막 없이 볼 줄 알았는데, 심지어 자막을 틀어도 이해가 안 갑디다. 영어가 또 싫어졌습니다. 더 공부해서 990점 만점을 받아도 안 들리던 미드가 들리는 일은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아 물론 토익 900 넘기고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시험 끝나고 나니 미드 볼 때 영어자막이 아닌 한글자막 틀어도 죄책감이 안 들던데요^^?
토플 시험을 마치고 다시는 영어 공부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시험을 못 봤냐구요? 아니요, 또 또 시험 잘 봤습니다. 108점 나왔어요. 근데 이번에는 진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딩? 리스닝? 토플을 공부하시면 여러분께서는 고고학, 생물학, 천문학 등 다양한 지식과 전문용어를 습득하실 수 있습니다. 뭐 가령 순록의 체표면적이라던가 빛의 도플러 이동을 영어로 어떻게 쓰고 발음하는지 알게 됩니다. 물론 저는 시험장 밖에서 이러한 단어를 들은 적도 써본 적도 없습니다. 심지어 한국어로도요. 스피킹 라이팅? 토플학원에서 ‘만능 템플릿’ 이라는 훌륭한 물건을 개발해 주신 덕분에 열심히 외워가면 어떤 질문에도 영어가 유창한 척(?) 시험관을 속이실 수 있습니다ㅠㅠ 영어… 토플 공부하고 분명히 늘었습니다. 리스닝도 많이 좋아지고, 리딩도 좋아졌어요. 근데 여전히 영어는 어렵고 말은 안 나오고 미드는 잘 안 들렸습니다.
(2) 벼랑영어 수강동기 및 과정의 특이성
그리고 벼랑영어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학원 다닐 생각도 없었는데, 우연찮게 카페에 들어왔는데 문구가 너무 강렬해서 가입까지 하게 되었어요. 가입하고 수강을 결심하기 까지 크게 2가지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번째는 시스템 적인 측면이었습니다. 벼랑영어는 재수강이 없고, 원어민 강사 써서 괜히 수강료를 뻥튀기하지도 않으며, 스터디랍시고 수강생끼리 토론시켜서 시간을 때우지도 않습니다. 사실 학원 입장에서는 커리큘럼 최대한 질질 끌어서 수강생 확보하고, 원어민과 1:1 발음강습이라는 명목으로 수강비 인상하고, 수강시간 절반 동안 스터디나 시키고 강사는 앉아서 커피나 마시는 게 이득입니다. 그런데, 벼랑영어는 그렇지 않더군요. 장사가 아니라 교육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두번째는 솔직함입니다. 만약 카페에서 ‘3개월이면 당신도 원어민처럼 영어 할 수 있다! 영어 정복의 비밀 대 공개!’ 같은 되도 않는 소리 써놨으면 바로 국세청에 세무조사 문의 했을 겁니다. 그런데, ‘학원을 다닌다고 영어가 기적처럼 늘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영어에 습관을 들여 스스로 익히실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벼랑영어의 수업 크게 3교시로 이루어지는 바, 각 교시 별로 나누어 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 Speaking&Listening
1교시에는 대게 사우스파크 영상을 문장 단위로 끊어서 시청합니다. 문장을 듣고 선생님이 바로 해석해 주시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쓰이는 영어, 그들이 즐겨쓰는 표현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가령 I don’t give a crap은 나는 X을 주지 않을거야가 아니라 나는 신경 안 써 라는 표현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또한 어떠한 맥락에서 등장인물이 그러한 표현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애니메이션 내용 자체가 자극적(?)이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사우스파크는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애니메이션일 수는 있지만 영어 공부를 하기에는 최적의 영상교재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크게 동의 합니다. 재미가 있어서든, 내용이 선정적이어서든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부 더러운 씬(?)을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봤어요.
- Vocabulary
처음 단어를 공부한다고 했을 때, 굳이 학원에서 단어를 가르쳐야 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외우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벼랑영어의 voca는 특별합니다. 약간 과장하자면 절반은 각종 비속어나 비 격식적인 표현이며, 나머지 절반은 본 적도 있고 외우고도 있는데 처음 보는(?) 표현 입니다. 일부 단어를 제외하고는 단어의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암기하고 있는 영어 단어가 정말 형편없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왜 미드가 안 들렸는지 벼랑영어에서 단어공부를 하고 깨달았습니다. 순록의 체표면적이라는 단어가 미드에 나올 확률은 거의 없는 반면 slut이라는 단어가 미드에 나올 확률은 매우 높으니까요. 욕을 배우는게 아닙니다. 물론 욕(?)도 있지만 대부분의 표현은 영화나 미드를 시청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표현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써 먹지도 못한다는 생각에 비 격식적인 표현을 배우는 데 거부감을 느꼈지만, 배우고 나면 안 들리던 영화와 미드가 조금씩 들립니다.
- Grammer (EBD)
문법을 배운다고 해야할지, 엄밀히 따지면 문법을 배운다는 것 보다는 문장구조를 배운다는 것이 사실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문장을 분해하고 도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문법을 익히게 됩니다. 절대 공식처럼 암기하지 않습니다. 이게 가장 좋았던 점이에요. 특히 저는 시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문법에 약하신 분들은 처음부터 암기가 아닌 논리로 문법을 접하신다는 측면에서, 문법을 어느 정도 공부하신 분들은 알기는 하는데 도대체 이게 왜 이렇게 되는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 벼랑영어를 마치고
저는 한 번도 학원을 다니고 수강후기를 남겨본 적이 없습니다. 시험점수가 잘 나올 때면 학원에서는 각종 현금과 문화상품권으로 절 유혹(?) 했지만, 귀찮아서 안 썼습니다. 벼랑영어를 마치고 영어가 원어민 수준으로 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원어민처럼 영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렇게 수강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벼랑영어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고, 벼랑영어야 말로 영어를 잘하기 위한 최고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저는 영어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라고는 못 말하겠습니다ㅋㅋㅋ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어가 무척 즐거워졌습니다. 영어 원서를 읽는 것도, 사우스파크를 시청하는 것도, 무엇 하나 저에게 공부가 아닌 여가처럼 느껴집니다. 여태 수많은 시간을 영어공부에 투자하면서도 영어를 못했던 이유는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암기가 아닌 습관으로써 언어를 습득 하였듯이, 벼랑영어에서는 습관으로써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