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의 시작이 또 다른 시작이 되기까지
결론 부터 말하면, 재밌다.
그 전엔 생각 조차 못했는데, 이후 앞으로 어떻게 나만의 방법으로 영어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나는 완전한 영포자 였다. 학교에서 사용한 교재는 초록색으로 된 성문 기초 영문법(?)였던 것 같은데,, 종이 사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크기의 글씨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버렸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유명한 대가가 영어로 말하는 사람이라, 그 사람 마스터클래스 강의나 인터뷰를 알아듣고 싶어서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니던 중 우연히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사람의 이미지가 끌려서 홈페이지까지 방문을 한다.
여기서 소개했던 내용 중에 가장 좋았던 건 레벨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게 그들이 뭔가를 갖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뭔지도 모르겠는 EBD, 사팍... 전문용어(?)도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 같았다. 초집중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영어에 쏟아야 한다는 선언도 꾸밈없이 솔직하게 당부하는 것 같아 좋았다.
EBD
마냥 문법이 아니라 나름의 기준으로 표기법을 만들어 영어 문장을 해체해서 구조 파악을 하는 건데 영어의 생김새를 하나도 알지 못했던 나에게는 너무나 탁월한 방법이었다. 표기하는 기준을 잘 만들어서 해석의 정확도에 따라 여과없이 맞거나 틀렸다. 그런데 각 챕터 마다 같은 패턴으로 하기 때문에 생각없이 하다보면 결국 다 틀리더라. 나중에는 또 틀릴까봐 과제를 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데 그럴 땐 힘들더라도 과제를 마치고 해설집을 봤다. 이..이.. 해설집이 또 기가막힌다. 한 문제마다 해설을 엄청 풀어놓으셨는데,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해도 내가 잊어버릴 거라는 걸 미리 알았다는 듯 했던 말을 또 해놓으셨다. 반복적 인식은 정말 얻는 게 많았던 것 같다.
5형식까지는 열정으로 무난히 받아들였다. 명사절 가서는 재밌더라. 그런데 형용사절,,부사절,, 관계대명사에,, 중간중간 시제랑 가정법 끼기 시작하면서 to부정사 부터는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동명사까지 애써왔지만 그래도 끝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구조 파악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놓은 것과 쉽게 설명해주시는 수업 때문이었다.
사팍
처음 영상을 봤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인물들이 힘을 잔뜩 주고 말을 하는데다가 속도가 미친듯이 빨랐다. 영상 그림만 보면서 만족했다. 그러나 문제는 스피킹 과제였다. 역시나 초반엔 목이 많이 쉬었다. 인물과 같은 상황이 되어 감정을 넣어서 말을 하는 건 고사하고 무슨 말인지 해석도 안되는데 묵음에 연음에...그러다가 해석이 되기 시작하면서, 또 안쓰던 구강근육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쉬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피드백에서 튜터쌤이 녹음해준 걸들으면 '이걸 이렇게 쉽게 할 거야?' 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물론 처음 시작하는 내 주제를 알면 자괴감이 들 이유가 없지만ㅎㅎ) 살짝 아쉽긴 하다. 이제서야 인물들이 한 호흡으로 말하는 문장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아니라 상황과 내용을 알고 나름 끊어서 말하는 게 어떨지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사팍의 내용은 플롯상 보면 굉장히 훌륭한 것 같다. 그들의 세계관과 표현법은 안드로메다급 레벨이지만 각 인물의 성격 묘사나 챕터별 메시지를 풀어놓은 이야기 구조는 굉장히 탄탄해서 재밌게 봤다.
VOCA
수강 기간동안 가장 신경을 안쓰고 있던 부분이었다. 애써 외우려고 해도 안되는 것 같아서.. 사실 영어는 단어싸움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맞는 말같다. 내 안에 단어가 없는데 어떻게 문장이 나오지? 라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단어 자체만 외우면 이게 어디서 어떤 식으로 써먹히는 지 잘 모르겠더라.. 수업 때도 예문 위주로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우리의 언어로 명확히 이 단어는 뭐다! 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느낌으로 쓰이고, 저런 상황에서는 저런 느낌으로 쓰이고, 이렇다보니 단어 자체로 외워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수업 때 얘기 해주신 것 같은데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를 하면서 경험으로 취득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수업 후 교제에 나와있는 단어를 한 번 더 보고 안보고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긴 하더라.
영어원서 HOLES
너무 재밌었다! 물론 해석이 안되는 문장이 엄청 많긴 했다. 그런데 맥락이 있으니 유추를 할 수 있었다. 잘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이야기 소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은 여러 번 나오니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은 챕터별 이야기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읽었으므로 문장별 구조가 익혀졌다던가 하는 공부가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름 EBD에서 배웠던 문장의 구조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과 상호작용으로 해석도 되고 했던 것 같다. 이거는 한 번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조금 더 영어 구조가 익혀지거나 단어들이 축척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벼랑 영어를 하면서 초반에는 과제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중후반쯤 되면서 '아,,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구나. 영어가 언어인데, 왜 끝이 있다고 생각했지? 계속 가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는 읽기, 듣기만 좀 할 수 있어도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말하는 것'을 잘하고 싶어졌다. '읽는 것'은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문장들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모르면 찾아볼 수도 있다. '쓰기'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듣기'도,, 뭐 자막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말하는 건 온전히 내 안에 가지고 있는 재료들로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 짧은 시간안에. 상대방이 지치지 않도록.... 편안하게 쉬운 문장들이라도 표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시작 앞에 지치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고 꾸준히 즐기면서 갈 수 있길..
영상으로 수업을 들어서 쌤을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참 감사하다. 명확하고 쉽게 설명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영상 너머로도 흐름을 같이 타고 같이 호흡하기 위해 이리 저리 마음을 써주시는 게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벼랑영어도 감사합니다!
[출처] 벼랑 끝에서의 시작이 또 다른 시작이 되기까지| 작성자 sun young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