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한 날 남기는 수강후기 - 공부가 재밌어진 생애 첫 순간
드디어 수강 소감을 남기는 날이 오네요. 근데 이 기분 뭐죠? 아쉬움을 넘어 다시 3개월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허전함이 진한 종강날 저녁입니다. 긴 글이 될것 같은 예감인데요, 정말 운명처럼 만난 벼랑영어를 만나기 전과 3개월 동안의 과정, 그리고 마무리 하고 나서의 이야기를 남겨 보겠습니다.
수강 동기가 너무 약해!
신청을 할까 말까. 내가 3개월 과정을 과연 중도포기 없이 다 달릴 수 있을까? 재수강도 안된다는데 굳은 마음가짐 없이 시작했다가 마무리 못하게 되면 너무 우울할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으로 벼랑영어 사이트를 들락 거리기만 할 뿐 바로 수강 신청서를 작성하진 못했다. 내가 영어 공부를 할 동기, 동력이 있는 상태인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동력이 약하면 중간에 포기하기가 쉽기 때문에... 저 사진속처럼 내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다른 분들은 다들 뚜렸한 목적이 있어서 벼랑영어에 수강을 했을지 모르겠다. 유학이라든가, 취업이라든가, 시험이라든가... 하지만 나의 목표는 정말 순수하게 '영어를 한번 잘 해 봤으면' 이게 다였다.
왜 나는 영어를 잘 하고 싶은걸까. 인생의 숙제처럼 꼭 영어로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분야의 대화를 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십년이 넘게 일을 하면서 외국인들과 소통할 일들이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이메일을 쓴다거나, 업무적인 대화를 하더라도 어차피 특정한 범위 내의 대화이기 때문에 같은 패턴과 주제속의 대화이다. 그저 비슷한 말을 반복하는지라 차라리 일을 하면서 하는 영어에는 스트레스가 크게 없었다. 문제는 출장을 가서 담당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이다. 낮에 업무대화랑은 전혀 다른 저녁 식사에서의 대화는 온갖 주제의 대화가 오고간다. 물론 나는 이 시간이 가장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고... 체할것 같고... ㅎㅎㅎ 2시간 정도 이어지는 이 식사 시간은 내게 언제나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농담도 하는 동료를 보면서 부러운 마음과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욕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던것 같다.
지금은 이제 영어가 일로 필요하지도 않고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영어가 필요한 상태가 아니다. 단지 언젠가 영어는 한번 잘해보고 싶은데... 하는 막연한 욕망만 남아 있는 상태이니, 내가 벼랑영어에 어울리는지도 모르겠고 이런 내 상태로 덤볐다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한 텀은 고민만 하다가 그냥 보내고, 4월에 시작하는 텀에 수강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첫 수업날.
Wallace 선생님과 첫 수업, 그리고 세 달
첫 수업이 기억난다. 나는 원래 교실에 맨 앞에 앉는 스타일이 아닌데 문가 쪽 맨 앞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첫 날 수업시작 전 워밍업으로 몇가지 예를 들어 수업을 해 주셨는데 상당히 신선한 이야기들이었다. go 나 get 처럼 쉬운 단어들을 과연 제대로 알고 제대로 쓸 줄 아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알파벳 다음으로 배웠던 그 쉽다고 생각했던 동사들을 내가 제대로 몰랐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그리고 무생물 주어를 쓰는 영어식 사고방식과 패턴들을 이야기 해 주셨는데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뭔가 망치로 머리를 딩 하고 맞은 것처럼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 날이었다. 첫수업, 벼랑영어의 첫인상은 강렬했고 재밌고 신선했다. 한 번 수업이 3시간인데 3시간이 정말 후딱 지나가 버렸다. 첫 수업이 꽤 흥미롭게 끝나고 나니 다음 수업이 기다려지고 뭔가 마음가짐이 잡히는 기분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없었던 마음이 '하고 싶다'로 바뀐 첫 날이었다.
첫 달이 끝나고 다음 달로 넘어갈 때 아니, 벌써 아까운 한달이 지나갔단 말이야 하는 마음이었다. 두 달이 남았지만 한 달이 지나가버린게 아까울 정도로 내 일상의 우선순위 1번이 영어 공부가 된 한달이었다.
아직 수강 전인 분들은 어떤 공부를 하는지 궁금할테니 조금 풀어보자면,
1. South Park 영상 시청
사우스 파크라는 단어만 봐도 피식 웃움이 난다.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이 영상을 즐겼다. 정말 이 제작자의 머리속에는 뭐가 들어 있는거지? whimsical 그 자체다! 매 에피소드가 너무 웃기다보니 공부라는 생각이 안들고 영상을 볼 때가 많았다. 거의 매 수업 영상을 미리 보고 와서 해당 영상을 리뷰한다. 영상을 보면서 맥락을 짚어 가고 해석을 곁들이는 시간이다. 영상 시청은 수업 전까지 많이 하면 할수록 좋았을텐데 나는 평균 2번 정도를 자막 없이 미리 시청해 갔던것 같다.
2. EBD
문법이라는 한마디로는 EBD를 설명할 수 없다. 문장의 구조를 분석하고 나열해서 문장을 통째로,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해체'해 보는 거라고 해야 할까. 영어라는 언어를 해체해서 다시 조립하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문법과 문장 구조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한시간을 EBD 수업을 하는데 내가 가장 많이 배운 수업이기도 하고 영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다시 배운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안다고 생각했던 것도 내가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수업까지 EBD 도해 25문장과 작문 10문장이 숙제로 따라온다. 한번도 안빼먹고 숙제는 무조건 수업 시작하기까지는 다 해갔다. 못하면 아침에 근처 커피숍에서 하기도 하고 교실에 조금 일찍가서 하기도 하고, 이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빠뜨리지 않고 꼭 다 해갔다.
벼랑영어 어플로 작문해 보는 것도 있는데 필수 숙제가 아니다 보니 한 달 정도 열심히 하다가 뒤에는 하나도 못했다. 종강 후 복습하면서 어플의 작문은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3. Vocabulary
South Park 영상수업 전에 미리 voca 수업을 한다. 이 때 단순히 단어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할 단어가 들어가 있는 문장을 보고 그 문장안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위주로 공부한다. 그리고 그 단어에서 뻗어 나가 연결되는 단어라던가 패턴 등을 같이 공부한다. 그 단어에 얽힌 기원이라든지 선생님의 경험담 이야기도 해 주시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더 단어를 생생하게 기억하게 해 줘서 너무 재미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단어를 쓰면서 외우지는 않았지만 예문으로 나와 있는 문장을 다시 읽고 단어 뜻을 외우고 단어와 함께 나와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머리속에 이미지와 문장으로 그 단어를 넣기 위해 노력하며 단어공부를 했다. 물론 매 수업시간에 배운 단어들을 복습하긴 했지만 다 외우진 못했다. 앞에 나왔던 단어가 뒤에 또 반복되는데 기억이 안나서 좌절하기도 하고, 분명 배웠는데 처음 본 것처럼 느껴지는 단어가 있기도 하고... 암튼 그랬지만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단어는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약한 부분이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공부하면서 단어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또 공부하는 방법을 좀 알게 된 것 같아 큰 수확이었다.
4. 스피킹 숙제
일주일에 80문장을 녹음해서 제출하면 내가 틀린 발음과 톤을 교정해 주고, 튜터의 매끄러운 스피킹을 다시 피드백으로 받게 된다. 정말 스피킹 숙제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 내가 이렇게 많은 양의 영어를 단시간에 이렇게 많이 쏟아내듯 말해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단연코 처음이다. 톤과 액센트, 말투 등을 그대로 흉내내면서 했다. 처음 80문장을 녹음할 때는 입이 얼얼하고 자꾸 입이 말라서 물을 계속 마시면서 했다. 안쓰던 입근육을 집중적으로 써서 그런가 당황스러울만큼 턱과 입이 불편했다. 그리고 나만 그런건지 10차 스피킹 숙제 중 한 5차시 숙제를 할 때까지는 이상하게 배에 힘이 들어가서 숙제를 제출하고 나면 배 근육이 당겨왔다. 마치 윗몸일으키기를 마구 한 다음날의 느낌처럼. 안쓰던 영어를 집중적으로 몇시간 동안 하다보니 배에 힘이 들어갔던것 같다. 생각치도 못한 복근운동이;; 아무래도 영어와 한국어는 힘일 주는 액센트도 다르고 익숙하지 않다보니 그랬었나보다. 정말 희안하네 하면서 이 시간들을 보냈다 ㅎㅎ
80문장을 최소 10번씩 반복하다보니 일주일에 800문장 이상을 말한 꼴이된다. 처음에 녹음한 숙제를 들어보면 많이 어색하다. 뒤로 갈수록 확실히 나아진 것은 톤이 자연스러워졌고 문장의 어디에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를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발음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순전히 내 기준이지만 전보다 발음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이 스피킹 숙제와 피드백 하나만으로도 수강료는 하나도 아깝지 않을것이다. 이건 해보면 알거다^^
Holes, 영문책 한권 읽기에 대해
3번째 텀에서는 Holes라는 영어책 한권을 읽었다. 청소년 대상 소설이었다. 영어책은 솔직히 대학 때 한권 읽어 본 게 다였다. 그때 엄청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있고 영어 공부를 하는데 영어책을 읽어 볼 생각은 전혀 못해봤기 때문에 영어책은 정말 생소했다. 그런데 벌써 두 달을 벼랑영어에서 영어와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었을까, 내용의 이해도 거의 되고 물론 모르는 단어들은 꽤 있었지만 맥락에서 짐작해서 넘어가도 거의 이해가 되었다. 게다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을까 처음에는 큰 흥미가 없었는데 소설 자체가 정말 재미 있었다. 매 수업때 평균 5챕터 정도를 읽어 가는게 숙제였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읽다보면 항상 숙제보다 더 진도가 나가 있곤 했다.
벼랑영어의 생각지도 않은 수확이 바로 이 영어책 읽기에 흥미가 생긴게 아닌가 싶다. EBD를 하면서 긴 문장도 어느정도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이 쌓인건지, 영어책이 재미 있어서 계속 읽게 되는 경험은 정말 새로웠다.
3개월이 지나고 나서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데, 공부가 재밌었던건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내인생 통털어 처음이었다. 벼량영어를 수강하는 동안 숙제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 나혼자 복습하는 시간도 너무 즐거웠다. 어떻게 공부가 재미있을 수 있지? 계속 반문하면서 신기해하면서 3개월을 보냈다. 공부가 재미있으면 당연히 공부 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으니 능률이 오른다. 수업할 때 선생님이 재미를 항상 강조했는데, 그 영어 공부의 재미를 나는 톡톡히 느꼈던 3개월이었다.
나에게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정말 큰 수확이다. 앞으로 나는 영어 공부를 아마 평생하게 될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영어를 습관으로 만들라는게 벼랑영어의 모토였던것 같은데 어렴풋이 습관으로 자리 잡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배워 나가는 것처럼 계속 꾸준히 이어 나가고 싶다. 종강을 하고 수업은 끝났지만 나는 앞으로 교재 6권의 책을 처음부터 다시 복습을 하고, 외우고 싶은 문장을 외우고, Holes 다음에 읽을 책을 골라보려 한다. 그 계획을 세우는 데 약간 설레는 것을 보니 벼랑영어 수강은 내게 성공적이다. 벼랑 영어를 만났다는 것, 그리고 딱 지금 만났다는 것은 운이 좋았던것 같다. 모든 것이 타이밍인데 다행히도 타이밍이 좋았다.
[원문 출처] 종강한 날 남기는 수강후기 - 공부가 재밌어진 생애 첫 순간| 작성자 지구별0627